본문 바로가기
Car

[혼다 비전110] 2개월만의 시동, 영하 10도의 날씨에 야간 라이딩, 작은 헤프닝, 자기성찰 등(총 주행거리 464km)

by 예쓰상 2026. 1. 8.
반응형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야간 드라이브를 했다. ‘간만에’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요즘은 바이크를 타는 날보다 타지 않는 날이 훨씬 많아졌다. 예전에는 밤이 오면 자연스럽게 헬멧부터 집어 들었는데, 이제는 그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춥지는 않을까, 귀찮지는 않을까, 굳이 지금 나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출발을 미루다가, 오늘은 그냥 나가기로 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CB650R이 아니라 비전110을 탔다. 이 선택 자체가 요즘 내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운정신도시를 출발해서 금릉, 법원리 쪽으로 빠졌다. 동두천을 지나 감악산을 넘는 코스는 몇 번이나 달려본 길이라 특별할 건 없었지만, 밤에 달리면 또 느낌이 다르다. 가로등이 드문 구간에서는 헤드라이트가 도로를 잘라내듯 비추고, 주변은 조용했다. 바람은 차가웠고, 몸은 자연스럽게 웅크러들었다. 예전에 이 길을 CB650R로 달렸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때도 밤이었고, 목적지도 비슷했다. 적성. 정확히는 적성에 있는 GS25, 적성미래점이었다. 그날 새벽, 편의점에 들렀을 때의 기억이 오늘따라 유난히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날은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는데, 사장님인지 직원인지, 장애가 있어 보이는 분이 혼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말투는 느렸지만 친절했고,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라면 하나에도 신경을 써주는 느낌이 있었다. 괜히 마음이 쓰여서, ‘다음에 또 와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그 기억 때문에 괜히 같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굳이 다른 곳도 많은데, 일부러 그 길로 갔다. 별것 아닌 기억 하나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순간이었다.

 

 

 

 

 

 

 

편의점에 도착해서 육개장 라면을 하나 끓였다. 밤에, 바이크 타고 와서 먹는 라면은 왜 항상 맛있을까. 특별히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닌데, 국물 한 숟갈 뜨는 순간 괜히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라면을 먹고 있는데, 그분이 다가와 두루마리 휴지를 건네주셨다. 휴지를 좀 주신다고 하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평소처럼 휴지를 돌돌 풀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내셨다. 왜 이렇게 많이 쓰냐고, 톤이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순간 멍해졌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했고, 아까 떠올렸던 ‘친절한 기억’이랑 너무 달라서 더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빈정이 상했다. ‘아, 괜히 왔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밤이고, 피곤할 수도 있고, 나도 굳이 감정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짧게 “죄송합니다” 하고 넘겼다. 라면을 마저 먹으면서도 아까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지만, 일부러 생각을 끊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런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편의점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불편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주행 중에 시야가 너무 안 좋아서 잠깐 멈춰 섰던 적이 있었다. 쇼에이 헬멧에 핀락까지 장착해놨는데도 습기가 계속 찼다. ‘또 핀락 문제인가’ 싶어서 편의점 앞에서 스크린을 닦아보려고 했는데, 닦으려고 보니까 물기가 얼어 있었다. 핀락 안쪽이 아니라, 핀락 바깥쪽. 그러니까 핀락으로도 막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겉면에 맺힌 습기가 얼고, 그게 안쪽 시야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결국 시야는 계속 애매한 상태였다. 적성 시내를 지나 문산으로 내려오는 동안, 평소보다 훨씬 집중해서 달려야 했다. 불안한 시야 때문에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갔고, ‘이럴 거면 차를 끌 걸’이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스쳤다. 1번 국도를 타고 운정신도시로 복귀하는 길에서도 그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크는 분명 자유로운 이동수단인데, 오늘만큼은 그 자유가 부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바이크를 이렇게 여러 대나 샀을까. 바이크를 갖고 싶어서, 그 로망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정작 타는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거의 피규어처럼 세워두고 관리만 하는 느낌이다. 추위도 문제고, 무엇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길다. 방한 장구를 하나하나 꺼내 입고, 바이크 커버를 열고, 시동을 걸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핸드폰을 거치하고 나서야 출발. 이 일련의 과정들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차는 그냥 차키만 들고 내려가면 끝인데, 바이크는 출발하기 전부터 이미 한 번 피곤해진다.

 

 

 

 

그래서 요즘엔 비전110이 더 손이 간다. 부담이 없다. 가격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타다가 안 타도 크게 아깝지 않다. 반면 CB650R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복잡해진다. 일 년에 몇 번이나 탄다고, 천만 원이 넘는 돈을 태웠을까. 내가 무슨 부르주아도 아니고, 합리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 돈이면…’이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그돈씨. 농담처럼 쓰는 말인데, 오늘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도착해서 헬멧을 벗고 나니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묘하게 개운했다. 완벽한 드라이브는 아니었고, 시야도 불편했고, 편의점에서의 작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갔다 온 그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밤 공기 속에서 혼자 달렸고, 별것 아닌 육개장 라면이 유난히 맛있었고, 아무 사고 없이 돌아왔다. 그 정도면 충분한 밤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날이 계속될 것 같다. 바이크를 꺼내기까지 망설이다가, 결국 나가게 되는 밤. 준비 과정이 번거롭고, 합리적으로 따지면 손해인 취미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이런 시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 비전110이든 CB650R이든, 완벽하게 타지 못해도 그냥 가끔 꺼내서 달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날들. 오늘의 야간 드라이브는 딱 그런 날이었다. 대단한 목적도 없고, 멋진 사진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나다운 밤이었다.

 

 

 

 

총 주행거리 464키로로 마무리, 오늘 주행은 총 83키로를 주행했다. 그냥 동네 한바퀴일 뿐인데 주행거리가 꽤 된다. 이 코스 괜찮은데? 다음엔 cb650r로 한 번 돌아봐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