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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B650R E클러치] 그립감은 조금 아쉬웠던 니그립패드 여정기

by 예쓰상 202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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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650R을 타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이 바이크가 보기보다 무릎이 닿는 영역이 굉장히 애매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탱크 자체는 곡면이 예쁘고 근육질 라인이 잘 살아 있지만, 실제 니그립 포인트는 탱크의 중간보다 조금 아래쪽에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순정 상태의 무광 코팅만으로는 뭔가 “하드하게 꽉 잡히는 느낌”이 부족하다. 나는 원래 라이딩할 때 상체로 잡는 타입이 아니라 하체로 그립을 꽉 잡고 자세를 유지하는 편이라, 니그립이 그저 ‘있으면 좋다’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필수에 가까운 요소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흔히들 다는 탱크 패드와 니그립 패드를 알아봤지만, 문제는 CB650R 아래쪽 라인에 맞는 전용 니그립패드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탱크 윗부분 전용 패드는 많은데 정작 무릎이 가장 많이 닿는 아래쪽 부분은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내가 택한 방법이 바로 “탱크 패드 하나를 더 사서 잘라 쓴다”였다. 지금 생각하면 꽤 과감한 선택이었는데, 당시에는 ‘없으면 만드는 거지’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알리에서 저렴한 투명 패드를 하나 사서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붙였고, 그게 또 의외로 굉장히 잘 맞아떨어졌다. 투명이라 색감만 좀 아쉬웠지, 기능적으로는 진짜 놀라울 정도로 딱 맞는 위치에 딱 맞는 넓이로 붙을 수 있었다. 특히 라이딩 중 무릎이 실제로 닿는 포인트가 아래쪽에 몰려 있다 보니, DIY로 잘라 붙인 이 패드가 순정의 빈 공간을 완벽하게 메우는 느낌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냥 이걸로 평생 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만족감이 컸다. 쇠톱으로 자른 것도 아니고 커터칼로 정교하게 라인을 맞춰가며 붙였는데, 그 작업 과정에서 느껴지는 뿌듯함이 은근 컸다. 하지만 문제는 ‘색감’이었다. 투명 패드는 각도에 따라 하얗게 비치고, 누리끼리하거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너무 잘 보인다. CB650R이 가진 무광 블랙의 타이트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마음 한쪽에 ‘아… 이거 언젠가는 다시 해야겠구나…’ 라는 느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능은 완벽한데, “예쁨”이라는 아주 중요한 영역에서 도저히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주를 타다가 결국 검정색 패드를 하나 더 샀다. 이번에는 “아예 제대로 다시 붙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16,000원짜리 알리발 패드였는데, 가격은 저렴해도 질감은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바이크 전체 톤과 맞는 검정이라 훨씬 깔끔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나는 이미 DIY 패드의 ‘너무 완벽한 기능성’을 경험해버린 상태였다. 그립감, 밀착력, 무릎이 닿는 위치와 각도까지 모두 내 라이딩 스타일에 딱 맞아떨어지게 최적화된 패드. 그걸 직접 만들어낸 그 만족감은 그냥 사서 붙인 패드가 절대 따라가기 힘든 영역이었다. 그래서 검정 패드를 구매하고도 한동안 붙이기를 망설였다. 결국 ‘그래도 색감을 맞추는 게 먼저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기존 투명 패드를 떼어내고 검정으로 다시 붙였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투명 패드는 너무 구려 보여서 버려야 하는 건 맞았지만, 그립감만 놓고 보면 DIY로 잘라 붙인 그 패드가 훨씬 더 견고했다. 검정 패드는 디자인도 좋고 전체적인 톤도 진짜 잘 맞는데, 만지자마자 “어…? 이거 좀 미끄러지는데?” 하는 아쉬움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기존 DIY 패드는 엠보싱이 적당히 있어서 무릎이 닿는 순간 ‘착’ 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산 전용 패드는 디자인은 예쁘지만 표면이 살짝 매끈했고, 라이딩 진동이 올라오면 종종 미세한 흔들림이 있었다. 이때부터 약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비주얼 우선 vs 기능 우선.” 바이크라는 게 원래 기능을 우선해야 하지만, CB650R처럼 디자인 맛으로 타는 차는 시각적인 완성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미끄러져도 전체 톤이 맞는 게 낫다’라는 결정을 하고 검정 패드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기능적 만족도는 DIY 패드보다 낮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정말 그 미세한 그립감 차이가 라이딩 중에 계속 의식된다. 사람 몸이라는 게 한 번 익숙해지면 되돌아가기 어렵다. 특히 무릎으로 바이크를 고정하는 스타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던 와중에 운 좋게도, 우연히 해외 포럼에서 CB650R 아래쪽 니그립 구간에 맞는 패드를 실제로 팔고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이전에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던 제품인데, 마치 나 같은 사람들의 니즈를 알고 나온 것처럼 딱 그 포지션에 맞는 전용 제품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또 그냥 전용이라 우기고 사이즈 엉망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제품을 받아보자마자 놀랐다. 곡률, 두께, 모양, 장착 위치까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동안 내가 직접 잘라 붙였던 패드와 거의 똑같은 곡률을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소재도 무릎이 닿는 부위에 특화된 러버가 적용되어 있어 밀착감이 DIY 패드보다 안정적일 거라고 기대했다. 그래서 바로 기존 패드를 떼고 새로운 전용 패드를 붙였다. 장착 과정도 깔끔했고, 붙여놓고 보기만 해도 디자인과 조화감이 훨씬 뛰어났다. ‘아 이제 진짜 끝났다. 완벽한 조합이구나’라는 기대감이 올라왔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 타보니 예상과 다른 점 하나가 있었다. 바로 그립감이 DIY보다 약했다는 것. 전용 패드라 해서 무조건 기능이 더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타보니 “어라? 조금 덜 잡히는데?”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무릎이 닿는 포인트는 완벽히 맞는데, 표면 패턴이 생각보다 덜 공격적이라 밀착감이 DIY 패드만큼은 아니다. 이건 나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동안 DIY 패드의 하드한 밀착감을 너무 익숙하게 느껴버린 탓도 있다. 전용 패드는 라이딩 자세가 무난한 사람에게는 좋지만, 내처럼 무릎으로 강하게 조여서 몸을 고정하는 타입에게는 확실히 조금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용 패드를 계속 쓰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디자인이 완벽하다. CB650R 특유의 올블랙·무광 조합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먼지가 묻어도 티가 덜 나고, 세척도 쉽다. 무엇보다 다시 DIY 패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다. 만들 당시에는 재밌었지만 다시 그 과정으로 돌아가려면 손도 귀찮고 마음도 귀찮다. 그래서 지금은 ‘기능 90점, 디자인 100점’이라는 마음으로 타고 있다. 그립감이 살짝 부족한 건 맞지만, 라이딩할 때 조금 더 신경 쓰면 충분히 커버 가능하고, 장시간 주행에서도 위험하거나 미끄러지는 느낌은 없다. 그냥 그 미세한 차이가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실제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투명 패드 → 구림, DIY 패드 → 기능 최강, 검정 패드 → 디자인 커버용, 전용 패드 → 디자인 최강 + 기능 준수. 이렇게 네 단계를 거쳐 현재의 완성형 조합을 갖추게 된 셈이다.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시행착오를 한 번쯤 겪는다. 스펙만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실제 몸이 닿는 감각이 중요하고, 실제 달려봐야 느껴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니그립패드 여정은 나에게 하나의 작은 실험이자 경험이었다. “완벽한 제품은 결국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다.” 누구에게는 이 전용 패드가 최고의 솔루션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정답에 가깝다’ 정도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 아쉬움마저도 라이딩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된다. 결국 바이크는 사람과 바이크의 궁합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CB650R은 그 자체로 너무 매력적인 바이크라, 작은 패드 하나의 만족도가 전체 즐거움을 해치진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하나씩 겪어가면서 나만의 완성도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다. 그래서 이번 패드 장착은 아쉬움과 만족이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엔딩을 가졌지만, 그 모든 경험이 내 CB650R에 대한 애정을 더 깊게 만들어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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