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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B650R E클러치] 파주에서 동두천까지, 오픈카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오픈에어링의 세계, 하지만 너무 춥다(총 주행거리 100km 돌파)

by 예쓰상 2025.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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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깊었고, 도로는 비어 있었다.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파주의 공기는 이미 겨울의 냄새로 가득했다. 기온은 영하 3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간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꿈을 꾸고 있었겠지만, 나는 헬멧을 쓰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CB650R의 시동을 걸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몸이 아니라 마음이 근질거렸다. 오토바이를 세워둔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아무런 목적지 없이 도로 위로 나섰다. 다만 이번엔 방향이 있었다. 파주에서 동두천까지, 오래전부터 내가 좋아하던 야간 코스였다.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공기가 바뀐다. 엔진이 깨어나면서 주위의 정적이 깨진다. CB650R의 사기통 엔진은 언제 들어도 묵직하다. 그 낮은 톤이 새벽 공기 속으로 퍼질 때마다 심장이 같이 박동하는 기분이다. 바이크에 올라타는 순간, 이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일종의 의식이다. ‘오늘도 무사히 달려보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출발했다.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자마자, ‘아, 또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각은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만 안다. 오픈카로 창문을 내려도 결코 느낄 수 없는 그 생생한 공기의 촉감. 자동차의 오픈에어링이 여유라면, 바이크의 오픈에어링은 생존이다.

 

 

 

파주에서 출발해 초입을 벗어나면 가로등이 줄어든다. 시야는 점점 어두워지고, 바람은 점점 거칠어진다. 네이키드 바이크의 특성상 주행풍은 그대로 몸으로 맞아야 한다. 윈드스크린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심리적 위안’일 뿐이다. 상체 전체가 바람에 노출된다. 어깨와 팔, 심지어 무릎까지도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그럼에도 스로틀을 감는 손이 멈추지 않는다. 바람은 거세지고, 엔진의 소리는 점점 깊어진다. 도로 위에는 나 혼자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시속 70km, 바람이 헬멧 안으로 스며든다. 얼굴에 닿는 차가운 공기가 따갑다 못해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이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안다. 이 ‘공기’를 맞는다는 게 단순히 바람을 맞는 게 아니라, 세상을 직접 마주하는 감각이라는 걸. 오픈카는 그저 지붕이 열려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바이크는, 온몸이 세상과 맞닿아 있다. 차창이라는 필터 하나 없이, 자연과 도로, 온도와 소리, 모든 것이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는다. 그 원초적인 감각이, 이 한겨울에도 나를 도로 위로 이끌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면 어깨가 점점 굳는다. 손끝이 감각을 잃어가고, 발끝이 싸늘하다. 발열조끼의 열도 어느새 약해졌다. 알리에서 산 값싼 조끼지만, 이 녀석 없었으면 오늘은 돌아갈 수 없었을 거다. USB 배터리를 꽂아 켜두면 처음엔 따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온기가 점점 희미해진다. 그 미묘한 온도가 사라질 때 느껴지는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때부터는 진짜 ‘맨몸의 싸움’이 시작된다. 라이딩이라는 건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가자, 저 신호까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스로틀을 살짝 감는다.

 

 

 

 

 

 

동두천으로 가는 길은 새벽에 가장 고요하다. 도로 옆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 능선과 논밭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가끔 멀리서 화물차 한 대가 지나가면, 그 바람이 내 몸을 살짝 흔들고 지나간다. 그 순간조차 좋았다. 도로 위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자유는 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달리다보면 묘하게 마음이 정리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세상의 소음이 사라진다. 그렇게 나는, 추위를 참아가며 마음의 먼지를 털어낸다.

 

 

 

동두천 시내로 접어들 무렵, 시계는 새벽 3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커피숍은 모두 닫혔고, 편의점만이 형광등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잠시 바이크를 세우고 따뜻한 캔커피를 하나 집어 들었다. 손에 닿는 온기가 그 어떤 난방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커피 한 모금을 삼키며 CB650R을 바라봤다. 묘하게 든든했다. 주행거리는 이제 막 120km를 넘겼다. 이 차가운 밤, 나와 함께 이만큼 달려온 기계가 그저 고마웠다.

 

 

 

잠시 주차장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가득했다. 도로 위에서는 느낄 틈이 없던 평온함이 그제야 찾아왔다. 하지만 동시에 한기가 몰려왔다. 조끼의 배터리는 완전히 나갔고, 이제 진짜 추위가 시작됐다. 다시 바이크에 올라 시동을 거니, 엔진의 진동이 마치 ‘이제 그만 가자’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복귀길은 훨씬 더 매서웠다. 같은 도로인데도 바람은 두 배로 차가웠다. 새벽의 공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겁게 내려앉는다. 바이크의 열이 식을 틈도 없이 바람이 달려와 빼앗아간다. 그럼에도 나는 웃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파주의 외곽에 들어서자 비로소 동쪽 하늘이 옅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기 전의 그 푸른빛이 도로 위를 감쌌다. 엔진음은 여전히 일정했고, 머플러에서는 은은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이게 내가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구나.’ 어떤 감정도, 어떤 언어도 이 공기를 대신할 수 없다. 손끝이 얼어붙고, 얼굴이 아파도, 이 공기의 냄새는 단 한 번밖에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순간이다. 오픈카로도 느낄 수 없는 오픈에어링의 진짜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라이딩을 마치고 바이크를 세우는 순간, 몸은 얼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뜨거웠다. 엔진의 잔열이 꺼져가면서 방금까지 달렸던 길들이 머릿속에 다시 그려진다. 파주의 어둠, 양주의 바람, 동두천의 별빛, 그리고 나의 숨결.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오토바이를 탄다는 건 결국 이런 감각의 연결을 즐기는 일이다. 세상과 나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 그건 자동차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영역이다.

 

 

 

 

 

집 앞에 도착해 헬멧을 벗자, 얼굴로 찬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귀가 얼얼했고, 코끝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비록 추웠지만, 이 추위 덕분에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발열조끼 덕분에 버텼고, 엔진의 진동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의 주행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파주에서 동두천까지의 그 차가운 공기,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의 고요한 새벽. 오픈카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공기의 깊이’를 느낀 날이었다.

 

 

 

겨울의 도로는 잔인하다. 하지만 그 잔인함 속에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한계를 느끼고, 다시 도전하는 순간들. 그것이 라이더가 겨울에도 달리는 이유다. 오늘의 추위는 고통이 아니라, 하나의 기억이 되었다. 파주-동두천, 100km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 길 위에서 느낀 감정의 온도는 그 어떤 여름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나는 안다. 다음 주말에도, 아마 같은 시간 같은 길을 또 달릴 것이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겠지만, 그 공기 속에는 다시 한 번 ‘나’가 살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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