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도 디자인이 이유에 더 가까웠다. CB650R의 정면은 이미 완성형이다. 라운드 헤드라이트와 금속감 있는 프론트 포크,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라인의 조화가 너무 예뻐서, 건드리면 망가질 것 같은 구조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조금 허전했다. 헤드라이트 위가 휑하니 뚫려 있어서, 뭔가 한 줄만 더 있어도 완벽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윈드스크린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고 깔끔한 걸 생각했는데, 막상 비교하다 보니 시중에서 가장 큰 걸 고르게 됐다. 그런데 웃긴 건, 장착하고 나서 보니 내 기준에선 여전히 작았다. CB650R이 워낙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비전110 스크린과 비교하면 거의 코딱지 수준이다. 레플리카 시절에 달았던 스크린들과 비교하면 그건 거의 차체 절반을 덮는 수준이었는데, 지금 이건 그냥 앞에 살짝 얹은 느낌이다. 그래도 예쁘긴 했다. 확실히 그건 인정해야 한다.
제품은 순정이 아니라 애프터마켓 제품이었다. 스모크 톤으로, 약간은 공격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 설명에는 ‘대형 윈드스크린’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생각보다 작았다. 그래도 라운드 헤드라이트 위에 얇게 올라가는 그 형태는 마음에 들었다. 장착은 간단했다. 헤드라이트 양쪽 브라켓 볼트를 풀고, 제공된 금속 브라켓을 맞물려 조여주는 구조였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하나. 이 제품은 각도조절이 안 된다. 그냥 고정형이다. 처음엔 살짝이라도 조절이 되겠지 싶었는데, 구조상 움직일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조금 눕혀서 달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정해진 각도 그대로, 헤드라이트보다 약간 앞으로 나와 있는 형태로 고정된다.

장착을 마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봤을 때,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스모크 스크린이 헤드라이트의 금속 질감과 묘하게 어울리며 정면의 밸런스를 완성시켰다. 원래 CB650R은 클래식한 느낌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섞여 있어서 ‘어디까지 꾸며야 할까’ 늘 고민되는 바이크인데, 이 스크린을 달자 그 경계가 명확해졌다. 약간 더 현대적인 인상, 약간 더 날렵한 느낌. 솔직히 주행감은 나중 문제였고, 일단 보기 좋았다. 그게 첫 만족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달려보니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속 70km 정도부터 이상하게 바람소리가 커졌다. 원래는 바람이 몸으로 바로 맞으니까 풍압은 강했지만, 소음은 일정했다. 그런데 스크린을 달고 나니 그 바람이 스크린에 부딪히며 이상한 공명음을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크린이 바람을 위로 넘기면서 그 경계에서 와류가 생기고, 그 와류가 헬멧 쪽으로 전달되는 듯했다. 결과적으로 귀에 닿는 바람소리는 더 커졌다. 이상하게 시끄럽고, 잡음이 생긴다. ‘바람이 줄겠지’라는 기대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오히려 바람의 흐름이 정리되지 않고 헬멧 윗부분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커진 느낌이다. 특히 시속 90km 전후에서는 바람이 일정하게 갈라지지 않고 파도처럼 들려서, 오히려 주행감이 불안했다.
나는 그게 각도조절이 안 돼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각도를 살짝만 눕힐 수 있었더라면, 바람이 위로 부드럽게 흘러나가면서 이런 소리가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구조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브라켓과 본체가 일체형이라, 볼트를 풀면 스크린 전체가 흔들릴 뿐 각도는 그대로다. 그래서 조정도, 보정도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정해진 각도로 고정된 바람소리 발생기’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적인 만족감은 크다. 기능이 조금 실망스러워도, 볼 때마다 예쁘다. 스모크톤의 스크린이 헤드라이트 위에서 빛을 반사할 때 생기는 그 얇은 선, 그게 정말 멋지다. 낮에는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고, 밤에는 불빛이 스크린에 부딪혀 살짝 번진다. 마치 얼굴 위에 그림자가 하나 생긴 듯한 인상이다. 주차장 불빛 아래에서 바라보면 마치 눈썹처럼 바이크의 표정을 완성시킨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소음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는데도 후회가 없다. 예쁘니까. 라이딩은 결국 시선에서도 즐거움을 얻는 취미다.
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바람의 흐름 자체는 조금 바뀌었다. 몸통으로 바로 맞던 바람이 약간 위로 흘러가긴 한다. 풍압 자체는 살짝 줄었다. 하지만 그 대신 소리가 커졌다. 바람의 양은 줄었는데, 질감이 거칠어졌다. 말하자면 ‘세기가 약해졌는데 소음은 커진’ 이상한 조합이다. 몸은 편해졌는데 귀가 피곤하다. 특히 헬멧 위쪽에서 생기는 저주파 진동 같은 소리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 하지만 이건 아마 내 키나 자세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라이더마다 느끼는 위치가 다르니까. 그래도 확실한 건,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시끄러워졌다’는 점이다.
그래도 디자인적 완성도는 무시할 수 없다. CB650R이라는 바이크가 원래 가지고 있는 묵직함과 금속감 사이에서 스크린이 그 분위기를 정리해준다. 앞모습이 단단해지고, 프론트가 조금 더 존재감 있게 보인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미적 만족이다. 그리고 실용적인 면에서 보면, 완전히 무의미한 건 아니다. 가슴 쪽으로 오는 직풍이 조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긴 주행 시에는 어깨가 덜 피로하고, 헬멧 흔들림도 약간 줄었다. 다만 귀로 들어오는 소음이 커졌을 뿐.
어쩌면 이게 네이키드 바이크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디자인과 실용성은 늘 반비례한다. 더 예쁘면 더 불편하고, 더 편하려면 뭔가 덜 세련돼진다. 이번 스크린이 딱 그 중간이었다. 기능만 따지면 완벽하지 않지만, 디자인만 보면 정말 잘 산 파츠였다. 달릴 땐 조금 시끄럽지만, 세워두면 너무 예쁘다. 그리고 나는 그게 좋다. 내 바이크를 세워두고 바라보는 시간이 많으니까.
결국 요약하자면 이렇다. 각도조절 불가. 바람소리는 커졌다. 몸통으로 맞는 바람은 약간 줄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후회되지 않는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 불쾌한 정도는 아니고, 대신 외형은 완벽에 가까워졌다. 바람보다 시선을 택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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