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니발을 처음으로 셀프세차 해본 날, 시작부터 모든 게 계획과 달랐다. 평소엔 세차가 필요하면 그냥 돈을 내고 맡겼다. 편하고 빠르고, 그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직접 닦고 싶었다. 그동안 밀려 있던 생각들이나 마음속 답답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아서, 그리고 차를 한 번 꼼꼼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내 차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구석구석 확인하면서 ‘이 녀석이 요즘 어디가 피곤했을까’ 하는 이상한 애정 비슷한 게 올라왔다. 문제는 그게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는 거다. 물을 뿌릴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거품 폼건으로 하얗게 덮을 때까지만 해도 ‘이게 바로 세차의 낭만이지’ 하며 혼자 흡족해했다. 그런데 그 뒤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물이 마르기 전에 한 손엔 스펀지, 한 손엔 타월을 들고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기를 수십 번.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문틈, 휠 안쪽, 사이드미러 하단, 번호판 테두리까지 닦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손끝이 시리고 팔이 뻐근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중간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비누거품이 사라질 때마다 차가 조금씩 제 얼굴을 되찾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묵은 먼지와 얼룩이 사라지고, 그동안 쌓인 나의 게으름까지 함께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구석구석 닦으면서 이전엔 느끼지 못한 작은 상처와 자잘한 흠집들을 발견할 때마다 이상하게 더 정이 갔다. 내가 직접 확인하고 손을 대고 닦았다는 그 감각이 차와 나 사이에 미묘한 교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오늘 하필 비가 왔다. 세차장 천장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순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었다. 세차 끝내자마자 다시 비를 맞을 걸 알면서도 물기를 닦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빗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한 세차장 안에서 차 위로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묘한 여유감이 밀려왔다. 세차를 하는 동안엔 신기하게 잡생각이 사라졌다. 그냥 눈앞의 물기, 거품, 그리고 내 손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됐다. 차체를 닦으며 ‘이 부분은 도장이 약간 거칠다, 여긴 흠집이 있네’ 하며 하나하나 살피는 과정이 마치 명상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다들 돈 주고 세차 맡기는 이유는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라 이렇게까지 하면 힘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프세차를 직접 해보니 왜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이 고생을 자처하는지도 알겠더라. 손끝으로 차를 돌보는 그 감각이 꽤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더러웠던 휠이 새하얗게 빛을 되찾는 순간, 헤드라이트에 맺힌 물방울을 하나하나 닦아낼 때, 심지어 범퍼 아래쪽에 붙어 있던 진흙까지 제거했을 때 이상한 성취감이 몰려왔다. 비가 오는 날이라 더 집중됐을지도 모른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릴 때마다 방금 닦은 내 손의 흔적이 사라지는 걸 보며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어쩌면 깨끗해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렇게 한 번쯤은 내 차와 시간을 보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으로만 봤던 나에게 오늘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부에 묻은 진흙을 헹궈내며 머리 속에선 최근의 피로감도 함께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타이어 트레드를 살펴보며 ‘곧 교체해야겠네’라고 중얼거리고 도어 하단을 닦다 보니 살짝 벗겨진 페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 작은 이상들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오늘의 세차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그냥 맡겼으면 몰랐을 부분들이다. 셀프세차는 결국 세차가 아니라 ‘차량 점검 겸 마음 정리’였다. 그리고 단순히 닦고 헹구는 과정을 넘어서 ‘내가 이 차를 직접 보살핀다’는 실감이 몸에 와 닿았다. 차에 손을 대고 물을 뿌리는 그 순간, 나는 내가 하루하루 쌓아온 피로와 게으름, 그리고 미뤄뒀던 감정들까지 함께 씻어내리고 있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나는 오히려 그 느림이 좋았다. 이 작은 의식 같은 시간이 내 마음을 정리해주고, 내 삶의 속도를 잠시 멈추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음번엔 비 오는 날은 피해야겠다. 닦고 나서 바로 빗물 맞는 모습을 보는 건 조금 씁쓸했다. 하지만 그 씁쓸함마저 묘하게 여운이 남았다. 세차가 끝나고 비에 젖은 차를 멀리서 바라봤다. 물방울 사이로 은은하게 반짝이는 차체가 어쩐지 만족스러웠다. 깨끗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정이 갔다. 아마도 이 감정이 ‘내가 직접 했다는 실감’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자주는 못하겠지만 종종 이렇게 차를 돌보며 내 마음도 닦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결국 셀프세차의 매력은 그 고생 속에 숨어 있었다. 비오는 날 처음 해본 카니발 셀프세차는 그렇게 나에게 작은 성취감과 묘한 평화를 남겼다. 다음번엔 햇살 좋은 날, 바람도 적당히 부는 날을 골라서 더 여유롭게 닦고 싶다. 내 차를 닦으면서 나도 함께 닦이는 그 느낌, 그게 셀프세차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차를 닦는 나’에서 ‘나를 닦는 나’로 변해가는 그 과정이, 사실은 오늘 내가 이 세차장을 찾은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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