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는 울지 말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부모는 강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 얼굴을 보고 자란다, 불안한 감정을 들키면 안 된다, 이런 말들이 마치 육아의 철칙처럼 박혀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걸 철석같이 믿었다. 우는 건 나약한 거고, 아이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으니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쌍둥이를 키우다 보면 감정을 삼킬 여유조차 없이 한계에 몰릴 때가 너무도 많다. 오늘도 그랬다.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낮잠도 제때 자지 않은 두 아이가 번갈아가며 울고 소리 지르고 바닥을 굴러댔다. 안아줘도 소용없고, 장난감을 줘도, 간식을 줘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나도 지쳐 있었고, 사실 어제부터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 있었다. 애들을 다독이다 말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처음에는 참으려 했다. 고개를 돌리고 물 한 잔 마시는 척하면서 눈물을 숨겼다.
그런데 아이 하나가 다가와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조그만 손으로 내 뺨을 만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따뜻한 손길에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흐느끼며 아이를 안고 있었고, 아이도 그제야 울음을 멈췄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울어도 괜찮구나. 애도, 나도, 모두 괜찮구나. 우리는 인간이고, 감정을 숨기며 살 수는 없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예민하게 부모의 감정을 읽는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과 숨결만으로도 무언가 다르다는 걸 안다. 그래서 부모가 억지로 괜찮은 척을 하면 오히려 아이는 더 불안해진다. 아이 앞에서는 무조건 웃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관계를 막기도 한다. 우리는 강한 존재이기 전에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힘든 날, 눈물이 흐르면 그냥 흘려도 된다. 아이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테니까. 그때 부모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본 그 경험이 아이에게 가장 깊게 남는다.
나는 지금도 가끔 운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지 못한 날,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은 날, 아이들 앞에서 잠시 무릎 꿇고 울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날, 아이는 내 옆에 와서 조용히 안겨주고, 때론 “엄마 왜 울어?” 하며 손을 내민다. 그 손 하나에 무너지기도 하고, 그 손 하나에 다시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같이 무너지고, 또 같이 회복한다. 같이 우는 그 순간, 나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진짜 감정이 오고 간다고 믿게 되었다.
울지 않는 게 강한 게 아니라, 울 수 있는 용기가 진짜 강한 거다. 같이 울 수 있다는 건 서로를 신뢰한다는 뜻이고,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나도 아이도 완벽하지 않다.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것보다는 같이 느끼고 흘리는 게 훨씬 건강하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교류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육아는 늘 무언가를 참고, 감추고, 견디는 일 같지만, 그 안에는 감정을 나누고 함께 흔들리는 시간이 있다. 아이 앞에서 울지 말라는 그 말, 이제 나는 믿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울면서 우리는 더 가까워졌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날의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연결이었고, 무너짐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었다.
그러니 말해주고 싶다. 지금도 아이 앞에서 조용히 눈물 삼키고 있을 누군가에게. 괜찮아요. 같이 울어도 괜찮아요. 당신은 그 눈물만큼 충분히 좋은 부모이고, 그 감정만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러니 오늘 하루, 같이 울고, 같이 숨 쉬고, 같이 버팁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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