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아이의 울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깨집니다. 아직 잠도 덜 깼는데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분유나 아침밥을 준비해야 하죠. 한 명은 칭얼대고, 다른 한 명은 어디선가 조용히 사고를 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좀 평화롭겠지?”라는 희망은 늘 아침 7시 전에 산산조각 납니다.
쌍둥이를 키우는 일상은 **‘계획이 의미 없는 세계’**입니다. 낮잠 시간은 매번 다르고, 이유식은 어제 잘 먹던 것도 오늘은 거부하고, 아이들은 이유 없이 싸우고 울고 엉엉 매달립니다. 그 속에서 부모는 한 쪽 팔에 아이를 안고, 다른 팔로 쌀죽을 저으며, 발가락으로 떨어진 인형을 주워줍니다. 그런 와중에도 머리 한켠으로는 ‘이따가 병원 예약 있지…’, ‘분유 떨어졌는데 언제 사지…’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뭅니다.
그리고 해가 지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아무것도 제대로 못 했네…”
장난감 정리는커녕, 청소도 못 했고, 제대로 앉아서 밥 한 끼 먹은 기억도 없습니다. 밖에 나간 건 기저귀 사러 잠깐 나갔던 편의점이 전부고, 머리는 며칠째 안 감았으며,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의 첫마디가 “오늘도 난장판이야…”입니다.
그런데요, 정말 아무것도 못 했을까요?
오늘도 아이들 밥은 챙겼고, 기저귀는 제때 갈아줬고, 울 때마다 안아줬고, 낮잠도 재웠고, 그 와중에 어르고 달래고 놀아줬습니다. 하루 열두 번은 좌절하고, 열세 번은 반성했으며, 열네 번은 스스로를 원망했겠지만… 그 모든 걸 다 지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여전히 아이 곁에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생존이 아닙니다.
이건 부모라는 이름의 ‘기적적인 지속’입니다.
우리는 육아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이상적인 그림을 상상하곤 하죠. 잘 자고, 잘 먹고, 쑥쑥 자라는 아이들. 환하게 웃는 얼굴. 티 없이 청결한 집안. 자기 전 책 한 권 읽어주는 여유. 커피 한 잔 마시며 창밖을 보는 오후. …네, 그 모든 건 광고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실제 육아는 **“왜 안 자…?”, “왜 안 먹어…?”, “대체 왜 울어…?”**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기 자신을 계속 탓하게 되는 감정의 구덩이가 생겨납니다.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나?”, “내가 왜 이렇게 못난 엄마(아빠)지?”, “남들은 다 잘만 하던데…”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럼에도 오늘을 버텼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은 오늘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고, 울음을 방치하지 않았고, 끼니를 건너뛰지 않았고, 웃겨보려고 장난도 쳤고,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우리는 **‘완벽한 하루’**를 꿈꾸지만, 육아에서 그런 날은 1년에 며칠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남는 하루’는 매일 가능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울고, 망치고, 좌절하고, 다시 울어도, 하루가 끝날 때 당신이 무사하다면 그 하루는 성공입니다.
오늘도 망했다고요? 괜찮아요. 내일도 망할 수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해냅니다.
그게 부모입니다. 그게 사랑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스스로에게 꼭 말해주세요.
"오늘도 살아남았구나.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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