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650R E클러치를 타다 보면 몸이 바이크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처음에는 단순히 네이키드 바이크 특유의 개방감 때문에 그렇게 느꼈지만, 점점 알게 된다. 이 바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니그립이다. 상체를 잡아줄 카울이 없는 만큼 허벅지로 탱크를 단단히 끌어안는 게 핵심이다. 브레이킹, 코너링, 고속주행 — 어느 상황에서도 하체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CB650R의 디자인 자체가 니그립 패드가 필요한 위치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 탱크 상단 부분에는 곡선 라인 덕분에 패드를 붙이기 쉽고, 전용 제품도 많지만, 정작 실제 니그립이 가장 많이 되는 건 그 아래쪽, 그러니까 탱크 하단부와 프레임 사이 부분이다. 이 구간은 라이딩 중 허벅지가 닿는 중심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아래쪽에는 전용 니그립패드가 없다. 표면은 단순한 무광 도색과 미세한 표면 처리만 되어 있어서 보기엔 고급스럽지만 기능적으로는 미끄럽다. 코너에서 몸을 살짝 내밀거나 브레이킹 시 체중이 쏠릴 때, 바로 그 부분이 밀린다. 이게 은근히 신경 쓰인다. 결국 나는 직접 해결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탱크 상단부에만 전용 니그립패드를 붙여놨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6,000원에 구입한 전용 제품이었다. 검정색 고무 재질에 육각 패턴이 들어간 디자인, 허벅지 상단이 닿는 부분에서는 효과가 좋았다. 그립감도 좋고, 시각적으로도 깔끔했다. 하지만 아래쪽, 즉 프레임 바로 위쪽은 여전히 허전했다. 허벅지 안쪽이 닿는 부위가 미끄러워서 주행할 때마다 불편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왕 붙일 거면 아래쪽까지 커버해야 진짜 니그립패드지.” 하지만 문제는 하단 전용 패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내외 사이트를 다 뒤져봐도 탱크 하단용으로 나온 제품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탱크용 패드를 하나 더 사서 직접 잘라 붙이기로 했다.
같은 제품을 다시 주문했다. 16,000원. 같은 모양, 같은 재질, 같은 두께. 이번에는 색상을 바꿔볼까 해서 투명 버전을 선택했다. 검정색 상단 패드와 색상 대비를 줄이면서도 차체 도색이 드러나면 순정 느낌이 날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는 완벽했다. “투명으로 하면 깔끔하게 연결되겠지.” 하지만 막상 붙여보니 그건 완전히 오판이었다. 투명이라기보다는 ‘하얗게 흐린 반투명’에 가까웠다. 표면이 빛을 받으면 유광처럼 반짝이고, 그림자에서는 뿌옇게 변한다. CB650R의 무광 탱크 컬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단부는 특히 도색이 매트한 재질이라, 그 위에 반투명 패드를 붙이니 색감이 깨져버렸다. 말 그대로 ‘하얗게 떠 있는 느낌.’ 가까이서 보면 괜찮은데, 멀리서 보면 탱크에 테이프를 붙여놓은 것처럼 어색했다.

그래도 일단 붙였다. 하단부 곡선 라인에 맞춰 칼로 재단하고, 드라이기로 살짝 데워가며 손으로 눌러 붙였다. 접착력은 꽤 좋았다. 표면처리 덕분에 공기도 잘 빠지고, 손가락으로 밀착시키면 매끈하게 달라붙었다. 기능적으로는 확실히 나아졌다. 허벅지가 닿는 면적이 넓어지니 브레이킹 시 상체가 훨씬 안정됐다. 코너에서도 하체 고정이 잘 되어 상체를 가볍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완전히 실패였다. 라이딩 중 주차장 불빛이 비칠 때마다 그 부분이 하얗게 반사됐다. 매번 시선이 거기로 향했다. “이거 아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능적으로는 합격이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완전히 불합격이었다.
CB650R의 탱크는 위쪽보다 아래쪽이 훨씬 많이 닿는다. 상단은 장식용, 하단이 진짜 니그립이다. 그래서 거기에 패드를 붙이는 건 완벽한 판단이었지만, 문제는 색이었다. 투명은 보기에도 어색하고, 오히려 도색 질감을 망쳤다. 무광 탱크의 고급스러움이 사라지고, 반짝거리는 얼룩처럼 보였다. 그게 너무 신경 쓰였다. 다시 떼버릴까 고민하다가, 결국 결심했다. “다시 사자.” 돈이 아깝긴 했다. 이미 16,000원을 썼고, 또 같은 금액을 써야 한다. 하지만 타면서 매번 보기 싫은 걸 감당하는 게 더 스트레스였다. 결국 알리에서 다시 검정색 버전을 주문했다.
이번엔 같은 제품이라도 시트를 통으로 사서 직접 재단할 생각이다. 전용 커팅형은 상단 라인에만 맞춰져 있어서 하단부에는 약간의 뜸이 생겼다. 시트형으로 사면 원하는 크기대로 자르고, 탱크 라인과 정확히 맞춰 붙일 수 있다. 색상도 검정이라 탱크 무광 컬러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투명 버전은 그냥 버리기 아깝긴 하지만, 솔직히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가까이서 보면 미세한 흰색 결이 있어서 어두운 차체에서는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그게 문제였다. 무광과 반투명의 조합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작업에서는 조금 더 정교하게 붙일 생각이다. 마스킹테이프로 기준선을 잡고, 칼로 곡선을 따라 재단할 예정이다. CB650R의 탱크 하단은 완만하게 굴곡져 있어서, 한 번에 붙이면 공기가 차기 쉽다. 드라이기로 표면을 따뜻하게 해두면 부착력이 좋아지고, 기포도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붙인 뒤에는 극세사 천으로 표면을 문질러 공기를 완전히 빼주는 게 좋다. 이 모든 과정이 번거롭지만, 완성도를 위해선 필수다. 결국 이런 디테일이 바이크의 인상을 바꾼다.
니그립패드는 단순히 미끄러짐 방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허벅지로 탱크를 단단히 붙잡으면 상체의 힘이 빠지고, 주행이 더 자연스러워진다. 코너링에서 체중 이동이 쉬워지고, 제동 시 안정감이 생긴다. 특히 CB650R은 무게중심이 낮고, 하체로 제어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하단 니그립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 아래쪽이야말로 ‘진짜 니그립 구간’이다. 이번 작업은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다. 투명 버전은 기능적으로 충분히 합격이지만, 디자인적으로는 내 기준에서 완전히 불합격. 하얗게 보이는 그 한 줄이 전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결국 검정으로 다시 교체하는 게 정답이다.
솔직히 말하면 16,000원을 또 쓰는 게 아깝다. 하지만 타는 내내 그 부분이 눈에 걸리면, 그게 더 큰 손해다. 바이크는 단순히 달리는 도구가 아니라 내 감각을 표현하는 물건이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고친다.’ 그게 오너의 태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투명은 실패였지만, 그 덕분에 확실히 배웠다. 무광 탱크에는 무조건 검정 패드가 어울린다는 것. 이제 남은 건 다시 붙이는 일뿐이다. 다시 같은 금액을 쓰지만, 이번에는 마음이 후련할 것 같다. 완성된 라인을 머릿속에 그리고, 드라이기와 칼을 준비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내 바이크를 내 손으로 완성하는 재미’다. 전용 제품이 없어도 방법은 있다. 탱크용을 하나 더 사서 잘라 붙이면 된다.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거다. 누가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실제로 타보면 그 한 줄의 패드가 주행감을 바꾼다. 허벅지가 딱 고정될 때 느껴지는 안정감, 그게 바로 니그립의 본질이다. 돈은 좀 아깝지만, 그 안정감이 주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 다음엔 검정으로 완벽히 교체된 모습을 올릴 생각이다. 이번 투명 버전은 그냥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CB650R의 진짜 니그립 포인트, 그 아래쪽을 완성시키기 위한 시행착오. 그 한 번의 실패 덕분에, 이제 진짜 완벽한 세팅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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