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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잠투정의 진짜 원인은 졸려서가 아니다

by 예쓰상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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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멀쩡하게 놀던 아이가 어느 순간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뒤틀고, 무언가가 불편하다는 듯 칭얼대며 바닥을 뒹군다. 그러다 울음을 터뜨리고, 부모는 당황한다. “졸린가 보다.” 그렇게 판단한 순간, 부모의 손은 아이를 안고 재우려 애쓰고, 수유를 하거나 분유를 주거나 자장가를 부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는 점점 더 울고, 더 몸부림치고, 더 잠을 거부한다. 왜 그럴까. 정말 졸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많은 부모들이 ‘잠투정’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의미는 생각보다 다채롭고 깊다. 아기는 졸리면 그냥 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졸리다는 감각 자체가 아기에게는 일종의 스트레스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멍해지는데, 세상은 여전히 자극으로 가득 차 있다. 이때 아기의 뇌는 휴식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긴장을 내려놓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 딜레마 속에서 아기의 몸은 울음을 통해 ‘도와줘’를 외치는 것이다. 그래서 잠투정은 단순히 잠이 오는데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아니라, 아기의 신경계가 '안정된 잠'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불균형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불균형이 생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낮잠 시간대가 꼬였거나, 낮 동안 과도한 자극을 받았거나, 배가 부르지 않거나, 기저귀가 축축하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생체 리듬이 어긋났거나. 그런데 가장 큰 원인은 아이가 ‘혼자 잠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졸림이라는 생리적 신호에 휩싸이고 있다는 데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졸려 보이면 바로 안고 재우려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건 ‘이 아이가 지금, 스스로 안정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조용한 공간인가? 밝은 조명이 꺼졌는가? 배는 고프지 않은가? 옷이 갑갑하지는 않은가? 아이가 누워 있는 공간이 따뜻하고 편안한가? 이런 조건 하나하나가 사실은 ‘잠투정의 원인’일 수 있다.

 

 

 

 

또한 생후 몇 개월에 따라 잠투정의 양상도 다르다. 생후 36개월 사이엔 ‘낮밤 구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하루 중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극도로 올라간다. 이 시기에 잠투정은 주로 졸음과 싸우는 뇌의 과부하 반응으로 나타난다. 생후 12개월이 되면, 애착 형성과 분리불안이 섞여 잠자리 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엄마가 방에서 나가는 걸 느끼면 깨어나 울고, 자면서도 계속해서 부모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니 ‘잠투정’이라는 두 글자 뒤에는 졸림, 불편함, 환경 문제, 정서적 불안, 성장통 같은 수많은 요인이 겹쳐 있다. 이걸 단순히 ‘잠 안 자려고 버티는’ 행동으로 여긴다면, 아기의 마음은 더 닫히고, 잠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중요한 건 부모의 태도다. 아이가 울고 몸부림칠 때, 같이 초조해져서 ‘왜 이렇게 안 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긴장감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그 순간, “이 아이는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중이구나. 스스로 잠들 수 없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면, 아이의 울음은 ‘통제할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 ‘함께 헤쳐나갈 문제’로 바뀐다. 아기를 재우려 하지 말고, 아기가 스스로 잠들 수 있게 환경을 도와주는 것. 그게 진짜 육아다.

 

 

 

결국 잠투정은 졸려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졸음이라는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아직 작고, 세상은 너무 크고 낯설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그 아이의 리듬을 이해하고,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며,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있어주는 것. 그렇게 하나씩 불안을 덜어주다 보면, 아이는 어느 순간, 조용히 눈을 감는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리고 그 순간, 부모는 안다. 오늘도 우리는, 잠투정이라는 작은 전쟁에서 또 한 번 같이 싸워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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