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 어른도 물 생각이 자주 난다. 걷다가도 목이 마르고, 밥 먹고 나서도 물 한잔 찾게 되고, 더운 날에는 시원한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는 일이 당연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아기는 다르다는 데 있다. **아기는 ‘갈증을 느껴도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 물을 찾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어른은 갈증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마시지만, 아기는 스스로 마시려면 누군가의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5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더위 초입, 이 시점에서 탈수는 말도 없이 다가오는 위협이다.
많은 부모들이 ‘탈수’ 하면 사막이나 열대야 속에서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을 떠올리지만, 아기에게 탈수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다. 오히려 은근하게, 일상 속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입 안이 마르고, 손발이 따뜻하다 못해 끈적해지고, 대소변의 양이 줄고 색이 짙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입술이 마르고, 눈물이 잘 안 나오고, 갑자기 보챔이 심해지거나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으면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느끼게 된다. 특히 5월은 아직 여름도 아니고 봄도 아닌, 어중간한 계절이라 부모가 긴장을 풀기 딱 좋다. 덥긴 한데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는 순간, 아기 몸속 수분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이 시기는 외출이 늘어나고, 이유식도 조금씩 다양해지고, 활동량도 많아지는 시기다. 땀을 더 많이 흘리고, 놀다가도 금세 열이 오르고, 특히 돌 전후의 아기들은 아직 수유가 충분하지 않으면 수분을 보충할 길이 마땅치 않다. 생후 6개월 미만이라면 모유나 분유 외엔 물을 따로 주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 이상부터는 체온 조절을 위해 적절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적절한 수분’이 무엇인지 몰라서 헷갈리는 부모가 정말 많다. 찬물은 안 좋다더라, 너무 자주 주면 밥을 안 먹는다더라, 물보다 과일즙이 좋다더라…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아주 단순하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을, 자주, 조금씩, 천천히. 이 세 가지만 지키면 탈수는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수분 섭취 외에도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바로 실내 습도 관리. 기온이 오르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돌리게 되는데, 이때 실내 공기가 지나치게 건조해지면 아기가 땀은 흘리는데도 몸속 수분이 채워지지 않아 탈수가 더 쉽게 진행된다. 가습기를 무턱대고 틀기보다, 습도계를 활용해 40~60%의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자주 환기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활동 후 땀을 흘린 채로 옷을 갈아입히지 않으면, 몸에 남은 땀이 증발하며 체온과 수분을 빼앗는다. 이 역시 탈수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아기의 탈수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부모의 세심한 관찰력이 전부다. 기저귀를 갈 때마다 소변의 색깔을 체크하고, 하루에 기저귀를 몇 번 갈았는지 기억해두고, 아기가 자주 보채는 시간이 특정되어 있다면 그 직전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 특히 5월부터는 아기의 입술 상태, 혀의 촉촉함, 울 때 눈물이 나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이건 병원에 가야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매일 아기를 보는 부모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신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에게 물을 먹이자’는 생각을 미리, 자주, 자동화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수유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의도적으로 수분을 챙겨야 하고, 이유식을 할 때도 국물이나 묽은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물 마시는 걸 싫어하는 아기라면 귀여운 빨대컵이나 흥미를 끌 수 있는 텀블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5월부터 아기 탈수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겉은 아직 봄인데, 아기 몸은 이미 여름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온 조절도 서툴고, 스스로 표현도 못 하며, 갈증도 참아내는 아기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바로 ‘목마르기 전에 한 모금.’ 그 작은 한 모금이 어떤 날은 하루를 바꾸고, 어떤 날은 밤잠을 지켜주고, 어떤 날은 병원을 막아준다. 그러니 오늘도, 아기 손을 잡고 텀블러 하나 들고, 물 한 모금 잊지 말자. 그건 단순한 수분 보충이 아니라, 부모가 매일 해줄 수 있는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돌봄이다.
'Baby'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에 아기 피부 트러블이 늘어나는 진짜 이유 (2) | 2025.05.22 |
---|---|
냉방 시작 전, 아기 감기 주의사항 5가지 (3) | 2025.05.21 |
햇살 좋은 날 산책, 아기에게 독이 될 수 있다? (5) | 2025.05.19 |
5월부터는 기저귀 발진 전쟁이 시작된다 (1) | 2025.05.18 |
기온 25도, 아직 이불 덮이고 재우세요? (1) | 202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