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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아기의 첫 ‘싫어!’는 성장의 시작입니다

by 예쓰상 2025.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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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기에게서 “싫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부모는 멈칫한다. 조그만 입에서 똑부러지게 튀어나온 그 말이 귀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심지어 상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뭐든 잘 받아들이던 아기가, 오늘은 “안 해”, “싫어”, “이거 아니야”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러면 부모는 고민에 빠진다. “왜 갑자기 말을 안 듣지?” “혹시 버릇이 잘못 든 건가?” “이러다 떼쓰는 아이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아기의 첫 ‘싫어’는 거부가 아니라 자아의 탄생이다.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 많은 아기들이 이른바 ‘자기주장기’에 접어든다. 말은 잘 못 하지만 의사는 명확하게 표현하려 하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이 뚜렷해지고, 모든 걸 부모가 결정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도 나의 선택을 갖고 싶다는 의지가 행동으로 드러나는 시기다. 그래서 이때의 “싫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나는 지금 내 감정을 느끼고 있어”라는 신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의 아이는 뭔가를 하고 싶어서도 울고, 하고 싶지 않아서도 울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서도 울고, 자신도 왜 그런지 몰라 울 때도 많다.

 

 

 

 

부모가 여기서 실수하기 쉬운 건, 아이의 ‘싫어’를 받아치듯 다그치는 것이다. “왜 자꾸 싫다고 해?”, “너는 맨날 떼만 써”, “그만 좀 해!” 이런 말들은 아이의 감정 표현을 막고, 결국 감정을 말로 풀지 못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아이가 싫다고 했을 때, “그래, 지금 이건 싫구나”, “아, 이건 마음에 안 들었구나”, “엄마는 네가 그렇게 느끼는 걸 알아”라고 반응해주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물론 무조건 받아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위험하거나 해야 할 일이라면, “싫어”를 존중하면서도 방향을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양치가 싫다고 울 때 “그래, 네가 싫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이건 꼭 해야 되는 일이야. 엄마랑 같이 빠르게 해보자. 다 하고 나면 네가 좋아하는 물놀이도 해보자” 같은 방식. 감정을 인정해주되, 행동은 함께 조율하는 태도, 이게 바로 자기주장기 아이와 부딪히지 않고 함께 가는 기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의 감정관리다. “싫어”라는 말을 매일 수십 번 듣고 있으면 진이 빠진다. 어느 순간엔 “나도 너 싫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순간 꼭 생각하자. 아이가 그렇게 ‘싫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당신 앞에서라서 가능한 용기라는 걸.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아이는 자기 감정을 감추기 시작한다. 부모의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 아이가 된다.

 

 

 

 

결국 아기의 첫 ‘싫어’는 성장의 시작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느끼고, 말하고, 조절하는 훈련의 첫걸음. 우리는 그것을 ‘반항’이 아니라 ‘주체성’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아이가 “싫어!”라고 소리쳤다면, 그것은 부모인 당신이 아이에게 안전한 공간을 주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울음에, 그 고집에, 그 몸부림에 지치기보다는, **“이 아이가 나를 믿고 자기 마음을 내보이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해보자. 그 순간, 싸움 같던 하루가 대화로 바뀌고, 아이는 조금씩 자기 마음을 정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다. 그리고 당신은 어느새, 단순히 돌보는 사람을 넘어서 아이의 감정을 함께 짊어지는 동반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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