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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당신의 영혼을 썩게 만드는 곳 – 온라인 게임이 해로운 진짜 이유(옛날바람 아이디 : 박소연남편)

by 예쓰상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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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바람을 플레이하면서 겪은 일이다. (게임닉 : 박소연남편) 어릴 적에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웃고 떠들던 기억은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에는 게임 속에서도 사람 냄새가 났다. 길을 헤매는 유저에게 도움을 주던 이름 없는 누군가, 아이템 하나에도 감사 인사를 나누던 작은 예의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게임은 더 이상 그런 순수한 공간이 아니었다. 이제는 손 끝의 즐거움을 위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까칠해지고 피로가 쌓이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며칠 전, 나는 여느 때처럼 평범한 마음으로 게임을 켰다. 단순한 클릭과 반복적인 사냥,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아이템 획득의 짜릿함이 주는 소소한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채팅창에 흐르기 시작한 문장들이 뭔가 이상했다. 누군가가 특정 유저를 향해 비아냥대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별 의미 없는 말장난을 욕설 섞인 말투로 이어갔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는, 일종의 말꼬리 물기 같은 정신없는 광경이었다. 어느새 채팅창은, 게임이라는 공간의 중심이 아니라 독이 퍼지는 하수구처럼 변해 있었다. 나는 참다못해 이렇게 말했다. “차단할 놈들이 너무 많아서 누굴 차단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주 상식적인, 혹은 극도로 피로한 사용자의 탄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누군가의 화를 사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곧이어 '박소연남편'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저가 나에게 귓속말을 보내왔다. "너가 제일 병신이야." 순간 눈앞이 멍해졌다. 욕을 들은 것도, 시비가 붙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을 표현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말 한마디 했다는 이유로 심리적 폭력을 당해야 했다. 나는 정중하게 물었다. “난 너한테 욕하지 않았는데 왜 나한테 욕하냐.”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욕설과 패드립,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자기가 월 천만원을 벌고, 벤츠 E클래스를 타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결혼도 못하고 인생 실패자라고 조롱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내 나이도, 내 직업도, 내 삶의 맥락도 모르는 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 삶을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저 게임이라는 공간에서 몇 시간쯤 머물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들은 그 모든 것을 무시했다. 내 인생을, 내 인간됨을 쓰레기처럼 짓밟았다.

 

 

 

 

순간적으로 게임을 꺼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삭제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게임 하나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단지 화면 너머에서 오고간 말 몇 마디였지만, 그것은 내 정신을 공격하고, 자존감을 긁어내리며, 하루의 기분을 통째로 망쳐놓기에 충분했다. 어떤 사람은 “그냥 차단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신경 쓰지 마”라고. 하지만 그 말은 너무 무책임하다. 실제로 그 상황에 있으면, 단지 ‘무시’하는 것으로는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가 생긴다. 모욕감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 어딘가에 뾰족한 가시처럼 남아 내면을 찌른다.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한다. ‘게임은 게임일 뿐’, ‘그냥 유저 한 명일 뿐’, ‘온라인은 현실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건 틀렸다. 지금의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이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인격이 교차하는 하나의 거대한 사회다. 하지만 그 사회에는 법도 없고 도덕도 없다. 그저 ‘익명’이라는 마법의 방패가 모든 잔혹함을 정당화해버린다. 무례한 말도, 인격모독도, 인신공격도. 그저 재미라는 이름 아래,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분 아래, 무책임하게 투척된다.

 

 

 

 

나는 생각한다. 왜 우리는 이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왜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우리는 게임을 하며 이런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가.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이며, 동시에 거울이다. 누군가는 거기서 자신의 열등감을 분출하고, 누군가는 그 열등감을 짓밟으며 우월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무너진다. 타인을 향한 존중을 잃고, 자기를 향한 신뢰를 잃는다. 게임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중독성 때문이 아니라, 무감각하게 인간성을 마모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다시 게임을 켜기가 두렵다. 단지 유흥이 아니라, 그 안에서 또 어떤 쓰레기 같은 말을 마주하게 될까 두렵다. 그리고 내가 또다시 상처받을까봐, 나라는 사람이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질까봐 겁이 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면, 혹은 누군가의 말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그 어떤 욕설이나 비난으로도 평가받을 존재가 아니다. 게임 속 무명한 누군가의 말은, 결코 당신의 인생을 대표할 수 없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게임을 하며 진짜로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게임은 훨씬 더 따뜻해질 수 있다. 나는 그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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