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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육아공감) 아무도 안 묻지만, 우리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어

by 예쓰상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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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면서 가장 외로운 순간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도 묻지 않을 때’**다. “요즘 어때?”라는 말은 아이에게만 향하고, “잘 크지?”라는 질문 역시 아이에게 가 있다. 모두가 아이를 중심으로 관심을 두고 사랑을 주는 동안, 부모는 점점 배경이 된다. 잘 키우고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밤잠은 자는지, 그런 건 물어보지만, 정작 **“너는 요즘 어때?”**라는 질문은 들은 지 오래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게 됐다. 아이가 잘 자라는 게 전부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저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밥 먹이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 울면 안고, 웃으면 같이 웃고… 하루가 끝나면 무너지고, 다음 날이 시작되면 다시 움직이는 기계처럼.

 

 

 

 

하지만 그렇게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도, 나는 분명히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아침마다 뿔뿔이 흩어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아이 둘을 양팔에 안고 씻기고, 고된 하루를 마친 뒤에도 누군가를 위해 이불을 펴주는 일상들. 누가 봐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 그 수많은 순간들이 모여 나를 바꾸고 있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인내심이 생겼고, 누군가의 울음에 귀 기울일 줄 알게 됐고, 말보다 눈빛으로 감정을 읽는 법도 배웠다. 힘든 하루가 끝났을 때, 나 스스로를 쓰다듬어줄 수 있는 단단함도 조금씩 자리 잡았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 성장 중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만 키우는 일이 아니다. 사실은 가장 미세하고 조용한 방식으로 나 자신도 함께 자라는 과정이다. 물론 그 성장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시험 점수처럼 수치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워지는 쪽에 가깝다. 내 취향, 내 계획, 내 시간, 내 감정… 모든 걸 아이에게 내어주면서 나는 흐릿해졌고,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사라졌기에 더 많은 걸 들을 수 있었고, 나를 내려놨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건 자리를 내어주는 훈련이자, 그 자리를 지켜내는 힘을 기르는 일이었다.

 

 

 

 

아무도 “너 요즘 뭐 배웠어?”라고 묻지 않지만, 나는 안다. 오늘도 나는 배웠다.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아이가 넘어졌을 때 바로 달려가지 않고, 먼저 눈을 마주보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법을. 남편이 피곤에 찌들어 들어왔을 때, 나 역시 힘들지만 서로를 다그치기보다 그냥 한숨만 나누는 법을. 그렇게 조용히, 아주 서서히,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그리고 이건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나를 위한 성장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전에 내가 누구였는지’에만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가끔은 돌아보고 싶고,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자유롭던 내 모습, 계획이 많던 시절,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며 뿌듯했던 순간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안다. 내 하루는 누군가의 잠을 지키는 일이고, 한 끼를 책임지는 일이며, 우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는 일이지만, 그 속에서 나는 사랑을 배우고 있고, 기다림을 배우고 있고, 나 자신을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묻지 않지만, 우리 모두는 지금 성장하고 있다. 자기를 뒤로 밀어두고도 버티는 법을 배우는 중이고, 고단한 하루를 안고도 웃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당신이 느끼지 못할 만큼 천천히,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만큼 조용하게. 그래서 더 귀한 성장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세상이 보지 않는 방식으로 자라는 사람이 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 잘하고 있어요.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알아요. 당신도 자라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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